처음엔 그냥 허전한 책상 위를 채우고 싶었을 뿐이었다. 퇴근하고 돌아온 집이 너무 조용하고, 화면 속 세상은 점점 피곤하게만 느껴졌던 어느 날, 작은 식물 하나를 데려왔다. 그 이름도 처음 들어본 ‘스킨답서스’.
처음엔 물 주는 것도 헷갈렸다. 흙이 얼마나 마르면 줘야 하는지, 직광은 안 되는 건지.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시간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식물 하나 키운다고 내가 이렇게 진지해질 줄 몰랐다.
일주일에 두 번, 화분을 조심히 들어 물을 주고, 이파리를 닦아주고, 가지를 살펴보는 루틴이 생겼다. 그 짧은 시간이 오히려 나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바빴던 하루 속에서도 식물 앞에 앉으면 속도가 느려졌다. ‘지금’에 머무는 기분이었다.
2주쯤 지났을 때였다. 어느 아침, 작고 연한 새싹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 순간, 내 마음도 같이 무너졌다. 감동이었다. 내가 돌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퇴근 후 식물 옆에 앉아 그 새싹을 바라보는 시간이 내 하루 중 가장 고요하고 따뜻한 시간이 되었다.
물론 쉬운 날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잎 끝이 마르기도 하고, 어느 날은 흙에 벌레가 생겨 겁이 났다. 순간 ‘그냥 버릴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흙을 갈고 환기를 시키며 버티자 식물도 천천히 회복했다. 그걸 보며 나도 함께 단단해졌다.
지금 내 방에는 세 개의 작은 화분이 있다. 아침마다 그 잎들을 살펴보는 일이 하루를 여는 루틴이 되었다. 불안정했던 감정도, 머릿속 복잡했던 생각들도, 식물과 함께 조금씩 자리를 찾았다.
식물은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매일 내게 이야기했다.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작은 생명 하나가 내 하루를 바꾸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는 나를 더 잘 돌보게 되었다.
'아무거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식물 키우기 루틴: 작은 생명 덕분에 내가 달라졌다 (0) | 2025.07.15 |
---|---|
‘NO’라고 말해본 30일, 관계의 경계가 생겼다 (0) | 2025.07.11 |
하루 5분 스트레칭, 100일 후 유연해진 몸 (0) | 2025.07.08 |
하루 2L 물 마시기 도전기, 피부가 먼저 말했다 (0) | 2025.07.02 |
매일 100번 스쿼트, 한 달 후 달라진 몸과 마음 (0) | 2025.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