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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짝수보다 홀수를 좋아하는 뇌 – 미신을 믿는 건 본능일까, 학습일까?

by goodsen2000 202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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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짝수보다 홀수를 더 좋아할까?”

아마 여러분도 살면서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떠올린 적 있을 겁니다.
엘리베이터에 4층이 빠져 있거나, 호텔 방 번호가 13번을 건너뛰는 것처럼 숫자에 대한 미신은 우리 주변에서 아주 흔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람들은 전 세계적으로 ‘짝수’보다 ‘홀수’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문화의 결과일까요, 아니면 인간의 본능적인 뇌의 패턴일까요?

오늘은 숫자와 미신, 그리고 우리 뇌의 선택 편향에 대해 심리학과 인지과학 관점에서 깊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 홀수에 대한 이상한 끌림, 왜?

먼저 생각해 봅시다.
숫자 ‘3’, ‘7’, ‘9’ 같은 홀수는 어딘가 더 “자연스럽고 매력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나요?

실제로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홀수 선호 현상이 자주 발견됩니다:

  • 광고 문구: "3일간만 세일", "5가지 비법 공개"
  • 브랜드 이름: "Channel No.5", "iPhone 13"
  • 심지어 개그에서도: 2가지보다 3가지가 더 웃기다는 ‘3의 법칙’

🔍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심리학자 Dr. Daniel Oppenheimer는 2013년 실험에서 사람들에게 숫자 기반 문장을 제시했습니다.
예:

  • “이 제품은 4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이 제품은 5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짝수보다는 홀수의 문장을 더 진짜 같고 신뢰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인지적 부드러움(Cognitive Fluency)”**의 역설입니다.
짝수는 너무 딱딱 떨어져서 마치 조작된 것 같고, 홀수는 약간 어긋난 듯해서 더 ‘진짜’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죠.


🧠 미신은 본능일까? 아니면 학습된 걸까?

미신은 단지 숫자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검은 고양이, 사다리 아래 걷기, 손금 보는 법 등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비이성적 믿음입니다.

그렇다면, 이건 인간의 본능일까요? 아니면 문화에 따라 학습되는 것일까요?

✅ 본능설: 생존을 위한 진화적 편향

진화심리학자들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위험을 과대평가해서 피하는 것이, 과소평가해서 죽는 것보다 생존에 유리했다.”

예를 들어,
‘저 풀숲 뒤에 뭔가 있는 것 같아’ → 사실 없더라도 도망가는 편이 이득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며 미신적 사고가 뇌에 자리잡았을 가능성

즉, 미신은 뇌의 ‘패턴 인식 과잉’에서 비롯된 생존 본능일 수 있다는 것이죠.

📚 학습설: 문화와 사회로부터의 영향

반면 문화심리학자들은 미신은 사회적 학습의 산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어릴 때부터 ‘13일의 금요일은 불길해’, ‘네잎 클로버는 행운이야’ 같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의심 없이 그 신념을 내면화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문화권마다 다른 미신이 존재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예를 들어:

  • 한국: 4(死) 숫자 기피
  • 일본: 9(苦) 숫자 기피
  • 서양: 13, 검은 고양이 등

🧩 심리학이 말하는 ‘미신적 사고’의 구조

인지심리학에서는 인간이 미신을 믿는 이유를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인지 오류로 설명합니다.

  1. 상관관계 착각 (Illusory Correlation)
    → ‘시험 전날 손톱을 깎으면 떨어진다’
    → 우연의 일치를 원인과 결과로 착각
  2. 통제의 환상 (Illusion of Control)
    → “왼발부터 경기장에 들어서면 더 잘 뛴다”
    운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

이러한 믿음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지만, 심리적으로는 안정감과 예측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 그럼에도 왜 우리는 미신을 버리지 못할까?

우리가 미신을 믿는 이유는 결국 뇌가 확신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복잡하고 불확실합니다.
그 속에서 미신은 혼돈 속의 작은 질서이자, 불안에 대한 정서적 방어기제로 작동합니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통제 불가능한 상황(예: 전쟁, 팬데믹, 경제불황)에서는 미신적 사고가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 결론: 미신은 진화 + 학습이 만들어낸 ‘심리적 안전망’

홀수에 더 끌리는 이유도, 미신을 믿는 경향도 단순히 비합리적인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 뇌가 혼돈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진화적 특성과, 사회 속에서 배운 믿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그러니 누군가가 네잎 클로버를 간직하거나, 13층 대신 12A층을 쓴다고 비웃지 마세요.
그건 우리 모두가 불확실한 세상을 견디는 방식 중 하나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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